덥다. 작년 여름은 폐인처럼 보냈다. 날씨가 더워지니깐 몸과 정신이 작년 여름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가라앉기 전에 정신줄 제대로 잡아야 할 것 같다. 


 오늘은 도서관에 안 갔다. 귀찮아서 안 갔다. 더 더워지면 자주 가겠지. 에어컨 바람 맞으러.


 일주일이 너무 빨리 간다. 주말에 알바하고 조금 쉬다 보면 다시 주말이 코 앞. 딱히 한 것도 없는데 시간은 잘 간다. 


 라오스나 태국에 가게 된다면 남방불교 잠언집 한 권 정도를 들고 가는 게 좋겠다. 메콩 강 앞에 두고서 숫타니파타를 읽으면 뇌가 시원해질 것 같다.  


 "무화과 나무 숲에서는 꽃을 찾아도 얻을 수 없듯이 

 모든 존재를 영원한 것으로 보지 않는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듯."


 가끔 강박적 꿈성애자들을 마주할 때가 있다. 꿈을 가지세요, 젊잖아요, 사람은 꿈을 꿔야 해요. 그런 말을 들을 때면 늘 머리가 아프다. 꿈이 뭔가요. 꼭 생산적이거나 있어 보이는 것이어야만 하나요. 나는 그냥 하루하루 잘 버티고 싶은데. 이게 꿈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면 꿈이란 대체 뭐지. 앞으로 내 꿈은 '딱히 "꿈"이라는 단어를 앞세우지 않아도 개개인의 꿈이 존중받는 세상이 오는 거'라도 말하고 다녀야겠다. 그러면 꿈성애자들에게 꿈슈탈트 붕괴현상을 선물할 수 있겠지. 


 한 대학생이 자신의 꿈이 공무원이라고 말했다가 한비야에게 맞았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길을 걷던 선량한 시민이 어느 미친 놈한테 칼빵을 맞았다는 기사만큼이나 폭력적으로 느껴졌다. 미약하게나마 신체적인 해를 가했다는 것 때문만이 아니라 남의 소망을 함부로 재단했다는 것, 그리고 자신과 다른 종류의 인간을 면전에서 부정했다는 것 때문에 폭력적으로 느껴졌다. 아픈 사람을 구하고 죽어가는 마을을 구하며 대단한 일을 하는 사람에게 공무원 붙어서 한 달 한 달 돈 모으며 사는 인생은 별 거 없어 보였나 보다. 심심해 보이고 생각 없어 보이기도 했겠지.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삶을 지속하는 것 자체가 삶의 목표일 수도 있다. 


 한비야가 말했다. 꿈을 형용사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라고. 내 눈에는, 한비야는 꿈을 대명사나 명사로 판단하는 사람에 가까워 보인다. '공무원'이라는 단어에 촉수를 뻗은 걸 보면. 나는 꿈을 동사로 말하는 사람이 좋다. 행위를 하다 보면 형용사와 명사는 따라온다. 


 모두가 포유류이거나 조류일 수는 없다. 어류는 날지 않고 걷지도 않고 그저 어두운 물 밑에서 헤엄치며 산다. 그게 어류한테 맞는 인생이다. 자신이 새라고 착각하면서 날기를 강요받고, 스스로를 채찍질하지만 제대로 날지 못하고, 그렇게 고통만을 경험하며 살다가 뒤늦게 자신이 물고기임을 깨닫게 되는, 그래서 마침내 날개와 다리를 뜯고서 물 속으로 들어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게 되었다는 이상한 물고기 이야기를 만들어봐야지. 그 물고기 이름은 '조나단'이었으면 좋겠다. 아가미 가진 애가 하늘에서 산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니까 장르는 그림책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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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ASIK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