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707 Still Life

2015. 7. 7. 03:26 from 하루 낱말




 마을이 물에 잠기고, 집이 허물어지고, 어린 소년이 담배를 피우고, 담배를 피우던 어린 소년이 연기를 내뿜던 입으로 아름다운 사랑 노래를 부르고, 흰 색 런닝셔츠 한 장을 걸친 남자들이 복사, 붙여넣기를 한 것처럼 노동을 하고, 노동만 하고,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와인을 마시고, 와인을 마시던 남자1이 짝, 하고 박수를 치면 커다란 대교에 조명이 들어오고, 흰 색 런닝셔츠 한 장을 걸친 남자들은 계속해서 집을 허물고, 대교를 세우고, 또 허물고, 빌딩을 세우고. 


 반복되는 장면은 물. 그리고 허물어지는 집. 그곳들을 거쳐 가족을 찾으러 다니는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 중국에서는 담배, 술, 차, 사탕만 있으면 가정이 행복해진다는데 담배 연기가 푹푹 날려도, 술판이 벌어져도 가족은 코빼기도 보이질 않고, 찻잎은 차가운 유리잔 안에서 퍼지지도 못한 채 둥둥 떠 있기만 하고, 토끼 사탕을 입에 문 사람은 폐허 속에서 쪼그려 울기나 한다. 


 겨우 만난 그들은 만나도 만난 게 아니야. 지폐에 그려져 있던 아름다운 마을은 물 속으로 들어가고, 그 마을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물 속을 떠 다니는 사람처럼 부력에 패해 잡아야 할 사람의 손을 잡지 못하고.


 폐허가 된 곳에서 언제 폐허가 될지 모르는 곳으로 이동하는 주인공 남자 한 명, 그리고 그 뒤로 겹쳐지는, 건물 사이를 외줄타기 하는 남자 한 명. 그 밑으로는 모든 장면을 관통하는, 정말이지 '중국스러운' 음악이 깔리고. 


 <한공주> 이후에는 뇌를 깨워주는 영화를 못 찾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깼다. 지난 주에 본 건데 이제서야 정리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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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ASIK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