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를 해야만 한다는 불안감 때문에 오후 내내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썼고 읽었고 끄적거렸다. 그 중의 절반은 허둥지둥 거렸지만. 몇 시간동안 열을 올렸는데 뭘 한 건지는 모르겠다. 작년에 수업 때 쓰던 단편소설을 뒤엎고 있는데 뒤엎어도 모르겠다. 아는 게 없어서 쓰기가 어렵다. 어줍잖게 알아서 어려운 건가. 2학기 때 꼭 창작 수업 하나를 들어야겠다. 문학 언어로 말하는 법을 익히고 싶다.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구조 없이 뛰어다닌다. 어쩌면 하고 싶은 이야기 자체가 두루뭉실한 건지도 모르겠다.
뭐든 '어느정도 하기'는 쉬운데, '정말 잘하기'는 어렵다. 정말 어렵다. 아, 알바 생각하니까 '어느정도 하기'도 어려운 거긴 하네. 알바는 바보처럼 못하니까. '어느정도 하는' 게 그나마 있긴 해서 새삼 감사하다. 이것마저 없었다면 정말 죽어버렸을지도 모른다.
꾸준히 사는 수밖에는 없는 것 같다. 몇 년 꾸준히 파다 보면 '어느정도 하는'에서 '꽤 하는'까지는 갈 수 있지 않을까. 그조차 안되면 뭐, 산 속으로 숨어야지. 내가 제일 잘하는 건 동굴 속으로 숨는 거니깐. 이건 정말 자신 있는 거니깐.
"감각으로만 도달할 수 있는 사유의 실체를 탐색하지 않으면 우리는 시로 사유하는 방법을 영영 잊어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새로운 감각이 과연 사유를 할 수 있기는 한가, 한다면 어떻게 하는가를 이제 물어야 한다." -신형철, 몰락의 에티카 30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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