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624 기체들

2015. 6. 24. 20:01 from 하루 낱말

 어제는 밤을 새고 오후까지 버텼다. 줄넘기는 안 하고 마일리 사이러스 하체, 복근을 거의 쉬지 않고 달렸다. 35분 정도 걸린 것 같다. 이젠 다리도 안 아프다. 가볍고 개운하다.


 10년 넘은 친구랑 신세 한탄을 하고 놀았다. 물론 둘 다 게으른 인간이라 만나지는 않았고 카톡으로 대화만 했다. 나의 히키코모리적인 습성을 개그로 승화시켜주는 친구라서 좋다. 욕도 많이 해 줘서 또 좋다. 알바에서 실수 대장 핵폭탄이 된 이야기를 했다. 알바용 단톡방 확인을 잘 안 한다는 이야기도 했고, 어제 온 단톡은 미리보기로 슥 훑기만 했을 뿐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았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친구는 나보고 쓰레기년이라고 하며 미친 듯이 웃었다. 뭔가 친구한테 욕을 먹으면 시원해진다. 카타르시스 같은 것도 느껴지고. 여튼 나도 계속 웃었다. 병신들끼리 서로 웃었다. 그리고 우린 언제 정착할까, 언제쯤 편안해질까, 같은 이야기나 하다가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거란 결론을 내리며 또 웃었다. 자주 가던 친구집이 그립다. 갈 때마다 들렀던 명서시장 정육점이 그립고, 상큼한 말투로 쌈무 챙겨주던 정육점 직원도 그립다. 삼겹살 구워먹으면서 예능 프로 연속으로 보다가 뻘 소리 조금 하고 씻지도 않고 잠드는 게 좋았다. 친구 없는 친구집에서 느지막이 일어나 밥 챙겨먹고 올라타는 105번 버스도 좋았다. 마지막으로 그런 시간을 보낸 게 벌써 4년은 된 것 같다. 친구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생활이 너무 바뀌어버려서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긴 힘들 것 같다. 


 먹고 사는 일도 그렇고 인생의 목표와 관련된 일도 그렇고 난 또 헤매고 있다. 그래도 행동이라는 걸 하고는 있으니 그나마 나은 거라 생각할 거다. 자책도 안 할 거다. 사실 이것도 루저의 자위 혹은 자기합리화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자책은 안 할 거다. 


 창문 밖 초딩들이 욕을 한다. 야이, 씨발놈아, 닥쳐라, 뒤진다. 잠시 무섭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나 초딩 때 입 험했던 걸 떠올리니 그닥 무섭지도 않다. 나빠서 욕을 하는 게 아니라 순수하고 멍청해서 욕을 하는 거다. 사실 난 아직도 욕을 자주 쓴다. 그리고 난 아직도 순수하고 멍청하다. 


 며칠 내내 글을 안 썼다. 내가 무슨 시인이나 소설가를 꿈꾸는 사람도 아닌데 왜 글에 집착을 하는지 모르겠다. 고체처럼 단단한 글을 쓰고 싶은데, 계속해서 기체 같은 글만 쓴다. 


 황도를 먹었다. 소주가 땡긴다. 오징어채를 버터에 볶아서 먹다 보면 맥주가 땡기는 것처럼 황도를 먹다 보면 소주가 땡긴다. 술 안 마신지 한 달은 된 것 같다. 이번 주에는 오랜만에 술을 마셔야겠다. 돈도 조금 있으니까 비싼 칵테일 맥주나 마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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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ASIK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