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616

2015. 6. 16. 16:19 from 하루 낱말

 쓸 데 없이 무서운 꿈을 꾸는 날이 많다. 오늘도 꿈 내내 쫓겨다니다가 느지막이 깼다. 일어난 후로는 계속 불안했다. 불안해서 샤워를 하고 청소를 하고 설거지를 했다. 불안은 아무리 자주 만나도 익숙해지지 않는 감정이다. 좋은 감정은 면역이 생기던데 불안은 면역도 안 생긴다. 감정을 마음대로 다스리고 싶다. 부처가 부럽다. 그나마 이렇게 글 싸지르면서 달래주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제일 나은 방법이다. 이렇게라도 안 하면 힘들어질 거다.


 그래도, 지금 느끼는 불안은 가벼운 불안이니까, 금방 제어가 가능할 거다. 몇 주 사이 컨디션이 좋아졌고 '그래도'라는 단어를 자주 쓰기 시작했다. 합리화용 '그래도'가 아닌, 긍정적인 '그래도'이니까 자주 써도 될 것 같다. 


 씻다가 생각이 정리되는 경우가 많다. 아주 어릴 때부터 그랬다. 머리가 복잡해서 터질 것 같을 때에도 멍하게 샤워를 하다 보면 나아졌다. 머리가 꽉 막혀서 과제가 진행되지 않을 때에도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으면 해결됐다. 오늘은 세수를 하다가 불안의 이유 하나를 떠올렸다. 일을 계속 미루다 보니 돈을 모으지 못했고, 그 탓에 여행을 갈 수 없을 거라는 생각. 스물 일곱에는 꼭 인도에 다시, 갈 거라고 생각했다. 늘. 그게 안 되면 라오스라도 갈 거라고 생각했다. 겨울 방학이 되면 스물 일곱이다. 그 전까지 여행비를 모으긴 힘들 것 같다. 장학금을 받으면 좋겠다. 


 계란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햄도 치즈도 없이 계란이랑 양배추만 넣어서 만들었다. 심심할 것 같아서 식빵의 한 면에 꿀을 발랐다. 향이 좋은 잡화꿀인데, 입맛이 확 돈다. 커피랑 같이 먹으니까 기분이 좋다. 브런치 카페에 온 것만 같다.


 햇볕이 강할 줄 알고 썬크림을 발랐다. 집에서 안 나가는 날이어도 볕이 쎈 날에는 종종 썬크림을 바른다. 그런데 오늘은 흐리다. 오랜만에 '서울은 흐림' 들어야지. 못 노래를 들으면 고등학교 1학년 때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든다. 축축하지만 좋다. 

'하루 낱말' 카테고리의 다른 글

150618  (0) 2015.06.18
150617  (0) 2015.06.17
150610 조각 기억  (0) 2015.06.10
150610  (0) 2015.06.10
150608  (0) 2015.06.08
Posted by PASIK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