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610

2015. 6. 10. 15:54 from 하루 낱말




 석관동에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다. 아마 학생 수보다도 많을 거다. 아침이나 저녁 의릉 공원에는 거의 할머니, 할아버지밖에 없다. 학교 안에서는 학생들이 우연히 친구와 마주쳐서 인사하듯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우연히 마주쳐서 인사를 한다. 집에 있을 때 큰 방 창문을 열어놓으면 할머니들의 말소리가 들린다. 재활용 쓰레기를 모으는 앞 집 할머니는 볕 좋은 시간이면 대문 바로 안쪽에 박스를 펴고 앉아 정리를 시작한다. 그러다 보면 옆 집 할머니가 옆에 앉아 대화를 시작하고, 우리 집 주인 할머니도 옆에 앉아 대화를 시작한다. 앞 집 할머니가 커피를 내 오면 한 시간 이상 시끌벅적한 상태가 계속된다. 대화 내용은 다양하다. 어제는 약장수가 계란 10개를 주고 갔는데 알이 너무 작아서 먹을 것도 없었다며 불평하는 소리가 들렸고, 오늘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호텔에서 휴가를 보낸 적이 있다며 자랑하는 소리가 들렸다. 종종 누가 맛있는 걸 사오기도 한다. 그럴 때면 이런 걸 왜 사와, 아유, 그냥 커피 먹으면 되는데, 하면서도 다들 맛있게 먹는다. 할머니들이 안 모이는 날이면 다들 자고 있나, 왜 안 오는지 모르겠다, 하면서 서운해 하는 앞 집 할머니의 말소리가 들린다. 창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만 듣고 있으면 내가 사는 곳이 서울이라는 생각이 잘 안 든다. 처음에는 시끄러워서 짜증났는데 계속 듣다 보니 적당한 잡음 같아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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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ASIK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