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부터 드디어 알바를 한다. 미친 듯이 오래 쉬었지만 그냥 잘 쉰 걸로 만족하고 기분 좋게 시작해야지. 일단 주말마다 하기로 했는데 평일에도 부를 것 같다. 이틀만 하는 것보단 삼일, 사일이라도 하는 게 좋으니까 많이 불렀으면 좋겠다. 교통도 좋고 일도 무난하고 뭣보다 일하는 공간이 마음에 든다. 지하철역에서 내려서 조금만 걸으면 나무가 많은 공원이 나오고 공원을 지나면 호수가 나온다. 호수 앞 벤치에는 할아버지들과 꼬맹이들과 비둘기들이 앉아 있거나 걷고 있거나 뛰고 있다. 호수 끄트머리에는 황색 돌로 된 계단이 있는데, 그 계단을 오르면 좁은 요새 같은 곳이 나온다. 양쪽 벽에는 비석이 붙어있고 그 비석에는 전쟁에서 죽은 군인들의 이름이 새겨져있다. 좁은 요새를 나오면 광장이 나오면서 시야가 확 트인다. 그 앞, 광장만큼 넓은 계단을 오르면 내가 일하는 전시장에 도착. 전시장도 예쁘다. 테마전처럼 꾸며놨는데 대놓고 힐링을 시킨다. 야, 힐링해, 여긴 힐링할 공간이야, 빨리 힐링해, 하는 느낌이 없잖아 있지만 컨텐츠의 알맹이 자체가 좋아서 거기에 있는 동안 기분이 좋았다. 헤르만 헤세라는 사람 자체도 매력적이고. 감히 나 따위랑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나랑 비슷한 상황을 꽤 많이 겪은 것 같아 반가운 구석도 있었다. 일하는 동안 데미안이나 읽어봐야겠다. 알바하는 내내 헤르만 헤세랑 친해지기만 해도 만족할 듯. 어찌됐든 오랜만에 히키코모리 귀신이 물러간 것 같아서 상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