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520

2015. 5. 20. 23:15 from 하루 낱말

외적으로 가꾸고 사는 게 너무나도 귀찮다. 몇년 째 방치하면서 그래도 마지노선은 어찌저찌 지켜내고 있는데, 요즘엔 이마저도 귀찮다. 이미 제일 예쁠 나이는 지났으니 쿨하게 놓아버릴까 싶을 때도 있다. 크림이 다 떨어진지 한 달이 됐는데도 여태 안 사고 있다가, 오늘 아침 세수하면서 충격을 먹은 후에야 새로 주문했다. 화장품은 한 번 사는 데에 돈이 훅 나가서 허무하다. 껍질도 알맹이 닮아 예민한 터라 아무거나 바르면 뒤집혀버린다. 50ml 짜리 조그만 크림 하나에 적어도 3만원은 줘야 멀쩡히 지낼 수 있다. 대용량 토너랑 같이 주문하니까 다시 빈털털이행. 친구 중에 로드샵에서 쟁여주는 샘플만 발라도 광이 나는 애가 있는데 부럽다. 아무리 생각해도 껍질은 알맹이랑 닮는 게 맞다. 여름 옷도 없어서 사야 하는데 이것도 귀찮다. 쇼핑을 좋아하는 사람도 괴로운 구석이 많을 테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쇼핑을 좋아해야 살기 편한 것 같다. 누가 내 취향 저격해서 목록 작성해주면 좋겠다. 정말 귀찮아. 그냥 도인처럼 살고 싶다. 눈썹 정리도 안 하고 머리 정리도 안 하고. 아니, 이미 도인스럽게 사는 중이라 한없이 못나지고 있긴 한데, 애초에 못난 꼴로 다녀도 아무렇지 않을 곳에서 살면 좋겠다. 그러면 이렇게 귀찮을 일도 없을 텐데. 내가 꿈꾸는 세상은 여자들이 겨털을 기르고서 나시를 입어도 되는 세상. 아, 그런데 뭔가 그런 세상이 오면 겨털의 숱이나 결이나 컬 같은 걸로 또 다른 미추의 구분이 생겨날 것 같다. 그냥 독수공방이 짱이다. 상투 틀고서 산 속 초가집에서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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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ASIK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