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6일' 날짜 자체가 무겁다. 안 그래도 4월은 나에게 무거운 달인데 작년을 기점으로 더 무거워졌다. 아마 앞으로 십수 년은 쭉 무겁게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나는 나와 먼 일에는 둔감한 편이다. 물리적으로든 감정적으로든 멀리 있는 것은 잘 못 본다. 작년 이맘때쯤, 친한 동기 동생이 팽목항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동영상을 찍어 보내줬다. 화면은 까맸고 울음 소리만 가득했다. 누구누구야, 돌아와라, 같은 소리가 들렸을지도 모른다. 열여덟 살이면 내가 한 번 나를 죽였던 나이다. 그런데 걔네는 진짜로 죽었다. 그것도 내가 만났던 지구대 경찰들처럼, 나와 통화했던 청소년 심리 상담소 직원처럼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인간들로 인해 죽었다. 그리고 그런 종류의 인간들 때문에 죽고 나서도 또 죽었다. 지난 해 7월, 자취방 가스요금을 몇 달 간 내지 않아, 가스 공급이 중단된 적이 있다. 한 삼 일 정도를 참다가 너무 찝찝해서 찬물에 샤워를 했다. 한여름이었는데도 심장이 저릿할 정도로 추웠다. 걔네는 오늘 같은 날씨에 물 속에서 허우적거렸겠지. 그것도 아주 오래. 고라파덕처럼 반응이 느린 나는 7월에야 슬퍼했다. 솔직히 난 한 게 없다. 5월, 연극하기 발표 때 걔네들을 추모하는 이야기를 조금 넣었던 것, 그리고 7월 이후로 슬퍼한 것. 그거 말고는 뭘 했는지 모르겠다. 나랑 비슷한 애들인데, 게다가 나보다 훨씬 괴로웠고 나보다 훨씬 슬픈 결말을 맞은 애들인데, 내가 걔네를 위해 뭘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진짜 모르겠지만, 일단은 좋은 인간이 될 거다. 그리고 책임감 있는 인간이 될 거다. 말을 들어주고 소리를 들어주는 인간이 될 거다. 그래서 적어도 나를 필요로 하는 애들을 버리진 않을 거다. 미성년이든 성년이든 상관 없다. 내가 있어야 할 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줄 거다. 다들 그랬으면 좋겠다. 그래서 도움을 받아야 할 애들이, 발견되어야 하고 밝혀져야 할 일들이 그에 마땅한 대우를 받았으면 좋겠다. 난 늘 거대한 걸 바라지 않는다. 그냥 마땅하고 적절한 것들을 바랄 뿐이다. 그런데 이렇게 말할 때마다 그게 바로 거대한 바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슬퍼진다.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얘들아, 따뜻한 곳에서 행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