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안 와서 밀린 일상을 잠시 정리하고 가야겠다.
오늘은 또 청소를 빠졌고. 빛과 색 수업에 들어갔고, 병원에 갔고. 빛과 색 수업에서 기억에 남는 건 "오늘같이 흐린 날은 조명 겉면에 흐림 필터가 끼워져 있다고 생각하면 되는 거야."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이 했던 말 중에 기억에 남는 건 "이 봄날을 즐겨요." 나는 속으로는 '날씨가 이렇게 구린데'라고 생각했지만 웃으면서 대답을 했다. "네."
일요일엔 쓰러져서 잠만 잤다. 토요일에 밤을 샜으니깐. 토요일엔 지구종말 모임이 있었다. 진짜 누구 하나 죽거나 맞거나 할 줄 알았는데 무사히 끝났다. 주애는 여전히 '사람 좋다'라는 말이 입에서 나올 정도로 좋았고, 아롬은 여전히 사랑스러웠고, 채은도 마찬가지로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나머지도 다 유쾌했고. 곱창은 맛있었고 볶음밥은 더 맛있었고. 아이스크림도 맛있었고 초코에몽도 맛있었다. 노래방에서 다 같이 고백 떼창한 건 넘나 병맛이었던 것.
금요일은. 그래, 뭔가 붕 뜬 하루였다. 복블리 선생님은 여전히 러블리하셨고. 복블리 선생님 덕분에 들을 수 없는 수업을 듣게 됐다. 다른 사람 다 돌려보내고서 예술교양학부에 전화 넣어서 억지로 끼워 넣어주신 나의 복블리. 누군가에게 이렇게 특별대우를 받은 건 정말 오랜만이라 인사도 제대로 못 드렸다. 언젠간 커피를 사들고 연구실을 찾아가야겠다. 그 '언젠간'은, 인생 첫 단편소설을 끝낸 뒤가 좋겠다. 연극사 토론 선생님도 좋았다. "저는 무대미술과 친구들이 기대돼요. 여러분 한 명 한 명은 다 소중한 존재잖아요." 전공 선생들에게는 들을 수 없는 친절한 말. "너네 눈은 개눈이야, 내가 발로 그려도 너네보다 나아."같은 소리나 듣다가 저런 말을 들으니, 내가 타과 수업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거잖아.
목요일도 운 좋게 비개방 글쓰기 수업을 뚫게 됐고. 선생님이 반겨줘서 더 좋았고. 이 수업 때문에라도 어떻게든 단편소설을 끝은 내겠지. 인생 첫 단편소설이 어떻게 끝마쳐질지 궁금하다. 외대 공동 고전 읽기 수업도 괜찮았다. 선생님이 생각보다 유연해 보였고, 향연도 이젠 읽히기 시작했고.
정리를 꽤 했으니 이젠 과제를 하러 돌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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