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단어나 받아서 뻘글 쓰기. 오늘의 단어는 아롬으로부터 받은 '돌멩이'와 '더듬이'


 동생은 틈만 나면 돌멩이를 주웠다. 가방이 무게를 견디지 못해 축 늘어질 때까지 꾸역꾸역 가방 앞주머니에 돌멩이를 집어 넣었다. 앞주머니가 가득차서 더 이상의 돌멩이를 넣지 못하게 된 날, 동생은 이마를 긁으며 말했다.
 -새로 사야 해.
 나는 물었다.
 -뭘?
 동생은 대답했다.
 -가방 앞주머니를.
 가방도 아니고, 가방 앞주머니만을 새로 살 수도 있는 건가, 하는 궁금증이 생겼지만 나는 그냥 묻지 않고 동생에게 만 원 짜리 두 장을 건넸다. 동생은 밖으로 나갔다.

 동생이 나간 뒤, 동생의 가방 앞주머니 속 돌멩이들을 몰래 살폈다. 하얀 돌, 까만 돌, 파란 돌, 회색 돌, 분홍색 돌. 수많은 돌멩이 중 나는 초록색 돌멩이를 집어들었다. 아니, 초록색이라기 보다는 민트색이 정확하려나. 하여간에 그 돌멩이는 미세하게 빛나는, 반질반질한 표면을 갖고 있었다. 무게는 다른 돌멩이들에 비해 한참 가벼웠다. 나는 그 돌멩이에게 편의상 '민트 돌멩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동생이 올 때까지 한참 동안 민트 돌멩이를 잡고, 굴리고, 문질러 보며 관찰했다.

 한참이 지나 집에 돌아온 동생은 내 방문을 쾅쾅 두드리며 말했다.
 -언니. 내 돌멩이 만졌지?
 나는 문을 열면서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아니. 왜?
 동생은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이마를 긁으며 다다다다 말했다.
 -아니는 무슨. 다 알아. 왜 내 꺼를 만지고 그래? 언니가 만져서 돌멩이들이 이상해졌잖아. 어떡할 거야. 책임져.
 -내가 가방 앞주머니 살 돈도 줬잖아. 뭘 그런 걸 가지고 화를 내고 그러냐.
 동생은 양 손으로 이마를 긁으며 화를 내더니 문을 쾅 닫고 사라졌다.

 동생은 그날 이후로 며칠을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밥을 먹으라고 해도 나오지 않았고, 같이 재활용품 정리를 하자고 해도 나오지 않았다. 동생이 방에서 안 나온지 이틀이 됐을 때 나는 걱정이 됐고, 쟁반에 밥과 된장국, 계란말이를 담아 동생의 방 앞에 두며 노크를 했다. 동생은 반응이 없었다. 나는 현관 앞 서랍을 뒤져 열쇠를 찾아냈다. 곧이어 동생의 방문을 땄다. 문을 열었을 때 동생은 보이지 않았다.
 -너 어디 있어?

 동생은 대답이 없었다. 나는 방을 살폈다. 의자 등받이에는 빤딱거리는 방수 재질의 주머니가 붙은 가방이 걸려 있었다. 나는 주머니를 열었다. 주머니 안에는 이전에 동생의 가방 앞주머니에서 봤던 돌멩이 몇 개가 들어있었다. 민트 돌멩이도 있었다. 나는 민트 돌멩이를 집어들었다. 민트 돌멩이는 이전보다 훨씬 가벼워져 있었고, 끄트머리가 열려 있었다. 열린 끄트머리 사이로 하얗고 물컹한 무언가가 꿈틀거리며 기어나왔다. 하얀 덩어리에서 더듬이 두 개가 빨갛게 달아올라 움직였다. 나는 더듬이를 살짝 건들였다. 더듬이는 빨간 색으로 부풀어 오른 뒤 민트 돌멩이 속 깊숙한 곳으로 사라졌고, 동생은 계속해서 답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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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ASIK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