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학과장과의 면담이 있다. 선생은 아마 왜 학고를 맞았는지 묻겠지.
나는 첫번 째로 정신질환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지. 아니, 정신질환이라고 제대로 말하려나. 그냥 건강이 안 좋아서 3개월 동안 일정한 일을 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식으로 말을 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전공에 흥미를 붙이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하겠지. 선생은 왜 이 과에 들어왔는지, 또 나이는 몇이고 그 전에는 뭘 해왔는지 등등을 물을 거야. 나는 일단 사실대로 대답할 거다. 미술대학은 재미가 없었고 계속 여기저기를 떠돌며 지냈다고. 도서관을 드나들었고 영화관을 드나들었다, 그리고 극장도 드나들었다. 사실 나는 무대미술을 절실히 하고 싶어서 들어온 게 아니다, 나는 스토리텔링을 어떻게든 하고 싶었고 '텔링'의 방식으로 무대미술을 선택했던 거다, 그러나 나의 선택은 잘못된 거였다, 나는 알맹이를 만드는 데에 흥미를 느끼고 있고, 뿐만 아니라 그게 아닌 다른 일을 할 때에는 몸이 견디지 못한다, 라고.
사실 이렇게 진심으로 대할 사람이 맞긴 한가 싶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지. 그냥 대충, 정말 대충, 스쳐지나가는 사람 대할 때처럼 내 속을 철저히 가린 채 마주해도 큰 문제는 없지 않을까.
그리고 졸업 전시를 하는 과정에 매번 소통의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할 것 같다. 후배들은 '인력'이 아니라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선배들을 돕기 위해선 납득할만한 이유를 듣고 싶어 한다고.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 어떻게 해서 어쩔 수 없는 건지 들어야 한다고. 상명하복식으로 일정을 하사 받는 건 정말로 무기력한 일이라고.
그런 뒤에 결국에 나는, 전공부적응자임을 인정할 것 같다. 그게 잘못은 아니니깐. 설령 선생이 나를 꾸짖더라도, 나는 꾸짖음 당할 이유가 없으므로 주눅들지 않을 거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 내면 되는 거다. 나한테 떳떳하면 그걸로 되는 거다.
나는 떳떳하게 면담을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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