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할 수 있는 걸 가장 잘하는 사람은 나다.
이 이상한 비문이 집에 오는 내내 머리를 채웠다.
키보드가 도착했다. 새 키보드로 가장 먼저 쓴 글이 윗 문단이다. 사실 이 글을 끝까지 썼는데, 키보드 조작을 잘못해서 다 날아가버렸다. 짜증나긴 하지만, 기억에 의존해서 직전에 썼던 글을 흡사하게 써 낼 거다.
39,000원 짜리 키보드 하나 산 것 가지고 웬 호들갑인가 싶긴 한데, 그래도 뭔가를 사고 이렇게 설렌 건 오랜만이니깐. 조금은 호들갑을 떨어도 되지 않을까. 앞으로 이걸 가지고 많은 배설을 해 낼 거다.
오늘도 나는 열등감을 느꼈다. 그러나 금방 빠져나왔다. 내가 할 수 있는 걸 가장 잘하는 사람은 나다. 라는 이상한 생각으로. 정말로, 내가 할 수 있는 걸 가장 잘하는 사람은 나일 거다. 나밖에 할 수 없는 게 분명 있을 테니깐. 열등감에 빠질 때마다 나를 건져올린, 그리고 건져 올릴 말이다.
최근에 친해진 영상원 친구가 네러티브 워크샵을 같이 듣자고 나를 꼬시고 있다. 내 글이 영화 언어로 번역된 모습을 상상해 보라며. 700W를 시나리오로 바꿔보자는 이야기도 잠시 나왔다. 친구를 마주한 순간에는 에이, 무슨, 같은 생각만 했는데, 집에 돌아왔을 때엔 나도 모르게 영화화될 장면들을 떠올리고 있었다. 애초에 나는 하드보일드한 3인칭을 좋아하니깐, 게다가 머릿속에 있는 장면들을 무작정 묘사하는 식으로 소설 쓰기를 시작한 인간이니깐. 어쩌면 시나리오를 쓰는 게 나한테 더 맞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들었다. 그러다가 시나리오를 세밀하게 다듬어가는 상상을 했고, 기대감은 막막함으로 바뀌었다. 영화 언어도 아직 너무 어렵다.
이번주 알바가 끝나면 시나리오 관련된 책을 한 권 정도 읽어볼 생각이다.
평소 가깝게 지내지 않던 영역에 뭔가를 쏟아부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했다. 멘탈이 조금 더 건강해진다면 네러티브 워크샵을 신청해 볼 것 같기도 하다.
오늘도 스파클링 와인을 사 왔다. 빈 속이라 참고 있는 중인데, 계란밥을 먹고 어느정도 소화를 시킨 후에 뚜껑을 딸 생각이다. 요즘 술을 자주 마신다. 주로 혼자 마시는데, 이렇게 뭔가를 하면서 반주로 홀짝이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새 키보드가 마음에 드니깐 조금 있다가 또 뭔가를 배설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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