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230 잡 조합

2015. 12. 30. 16:38 from 하루 낱말

 죽다가 살아났다. 어제는 몸이 아팠다. 그 정도로 아팠던 건 정말로 오랜만이었다. 페북에 이상한 뻘글도 싸질렀다. 식욕이 오른 건 반가운 일인데, 소화기관이 갑자기 늘어난 음식의 양에 적응을 못하는 것 같다. 


 식욕이 오른 건 지지난주에 처방 받은 분홍색 약 덕택이다. 의사 선생님은 그 약의 노란색 시절부터 "식욕이 오를 거예요"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식욕이 오르지 않자 약은 분홍식으로 바뀌어서 몸에 들어왔다. 


 오늘은 괜찮다. 일어날 수도 있고 밥을 먹을 수도 있다. 동생이 사다놓은 족발도 먹었다. 토마토 마트에서 사온 호박 고구마도 먹었다. 그런데 이 호박 고구마는 조금 이상하다. 사람들이 흔히 아는 호박 고구마의 맛이 아니라, 정말로 호박 맛이 나는 고구마다. 식감도 호박에 가깝다. 토마토 마트는 감자도 퍼석한 감자만 파는데, 이정도면 채소에 대한 나름의 철학이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거제로 휴양을 간다. 나에게 거제란 예쁜 바다와 불편한 아빠를 동시에 지닌 곳이다. 이번에는 예쁜 바다와 좋은 친구가 함께할 예정이다. 창 밖으로 바다가 보이는 펜션인데, 가만히 바다나 보면서 멍이나 때릴 거다. 그 동안에는 불안감 따위 다 사라지겠지. 친구는 자기가 키우는 고양이를 데려간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바다를 마주하는 고양이라니 너무 로맨틱하잖아. 


 아직도 성정체성에 관해선 헷갈린다. 이성을 제대로 좋아한 적도 없을 뿐더러 나에게 연애의 뉘앙스를 품고 접근하는 남자들은 다 불편하다. 그냥 이 새끼, 저 새끼, 하면서 친하게 지내는 사람을 제외하고선 다 불편하다. 여자라는 생물이 좋긴 하지만 그렇다고 연애 대상으로 좋아하는 건 아닌 것 같고. 에이섹슈얼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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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ASIK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