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빵을 입 안에 욱여넣고 있다. 느끼하다. 귤을 까야겠다. 방청소를 하니깐 방이 더 좋아졌다. 일이 없는 날에는 집에서 안 나갈 것 같다.
일을 또 잡았다. 어제 했던 화장품 샘플링 알바와 똑같은 건데 매장만 다르다. 내가 이 일을 한다고 말하면 모두가 놀란다. 그러고선 정말로 그 일을 할 수 있겠냐고 묻는다. 나는 힘들지만 제 4의 자아를 꺼내서 생각 없이 버텨낸다고 말한다. 정말로 나는 평소에 몰랐던 나와 조우하며 어리둥절하게 버텨낼 뿐이다. 알바를 할 때면 말투가 달라지고 표정도 달라진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진다. 돈은 대단한 거다. 연극사 시간에 신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리스 비극은 죄다 신과 운명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스 비극에서 인간이 신의 힘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설령 국지적인 자유를 얻을지라도 인간은 필연적으로 신이 정한 운명에 놀아날 뿐이다. 이런 이야기들을 하다가 선생님은 말했다. 그러면 지금 이 시대에 신의 역할을 하는 건 뭘까? 나는 곧바로 대답했다. 돈이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을 가장 강력하게 흔들 수 있는 건 돈이고, 인간은 알게 모르게 돈이라는 신이 만든 운명에 종속되어 살아가고 있다고. 선생님은 동의를 해줬다.
나는 물욕이 없는 편이고 돈에 대한 욕심도 별로 없다. 먹고 살 돈만 있다면, 그리고 가끔 여행만 갈 돈만 있다면 물질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괴롭지 않게 살아낼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물욕이 없는 사람이 되려 노력하다가 돈의, 자본의 한복판에서 노동을 하는 오이디푸스가 되어버린 것 같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방학 동안은 틈틈이 돈을 벌 거다. 100만원 정도는 모아놔야 학기를 버틸 수 있다. 현재 삶에 있어서 중요한 단위가 학기라니. 힘이 빠지긴 하지만, 나는 내 언어를 만들어야 하므로 어쩔 수 없다. 더 늦기 전에 내가 가진 것들을 열어서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