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죽었지만 말은 죽지 못했다. 장례를 치르지 못한 말이 세상을 떠 다닌다. 그래서 말에 대한 장례를 치러주려고 한다. 문단으로 찢고 문장으로 찢고 낱말로 찢어서 수장시키기. 그런데 이렇게 개념을 박아놓고 시작하면 노잼이 된다. 나는 나를 못 믿어야 괜찮은 사람이 되는 듯하다.
지금 못 믿고 있으니깐 괜찮아지려나, 싶다가도 괜찮아지려나, 하고 생각하는 시점에서 믿는 꼴이 되어버리니 돌고 돌고 돌고 돌고. 아 돌고지 떠나고 싶다.
나는 전공부적응자다. 원래는 이게 부끄러워서 선뜻 말하지 못했는데 요즘에는 잘 말하고 다닌다. 나는 우리과가 싫고 실재하는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에는 재미를 붙이지 못한다. 나는 졸업을 하지 않을 것 같다.
테이블 밑에서 스토브가 돌아간다. 코타츠에 들어가서 앉아 있으면 이런 기분일까. 노다메 칸타빌레가 보고 싶다.
옆에 있던 아이는 사라졌다. 안 친하고 어색한 아이라 어색함을 피하기 위해 사라진 듯하다. 같은 학년 아이들과는 벽을 쌓고 지내는 중이고 누군가가 어색함에 밀려 사라지는 일은 익숙한 일이다.
달팽이는 그래서 집으로 무사히 돌아갈까. 아무래도 '달팽이'라는 단어에 갖혀있는 것 같다. 아니, 단어보다는 낱말이 더 맞는 말일까.
ㄴ, ㅏ, ㅌ, ㅁ, ㅏ, ㄹ. 낱말을 나누면 활자가 되고 활자를 나누면 선이 되며 선을 나누면 점이 된다. 이렇게 한없이 나누면 픽셀이 되거나 분자가 되고 원자가 될 텐데 어디까지 나누는 게 예쁠까. 역시 낱말까지가 예쁘겠지. 낱말 비. 낱 비.
예쁜 여자가 방명록을 쓰고 갔고 영상원 학생으로 보이는 사람이 극장 문을 닫아도 되냐고 물어봤다. 아, 학교 시설 관리하는 공익인가. 모르겠다. 모르겠지만 이 뻘글을 쓰다가 마주한 탓에 말을 더듬었다. 잠시 더듬다가 알바 할 때 쓰는 말투로 대답을 했다. 상대가 당황하는 게 눈에 보였다.
같은 학년으로 다니는, 필리핀에서 온 아이가 있는데 한국말이 서툴어서 대화를 많이 해 본 적이 없다. 나도 영어를 잘 못하니깐. 그래서 친해지기 힘들다.
나를 제외한 세 명의 아이들은 극장 안에 있고, 나 혼자 극장 밖에 앉아 방명록을 지키고 있다. 이게 편하다.
으악 아직 한 시간도 더 넘게 남았다.
더 쓸 거리가 남았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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