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210 또 쇳소리

2015. 12. 10. 18:04 from 하루 낱말

문학 평론가로 활동하는 교양 교수님이 과제 코멘트를 나눠주다가 나를 따로 불렀다. 그리고 말했다. 전과할 생각 없냐고, 썩히기에는 아깝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전과 존나 존나 하고 싶어요. 그런데 학고 맞아서, 아니 학고 정도가 아니라 학점이 거의 기네스북 기록할 정도로 낮아서 전과못해요. 그냥 타과 수업이나 잘 듣고 4학년 2학기에 자퇴하는 게 답인 듯. 어쨌든 글 열심히 써도 된다는 생각으로 듣고 쓰레기통에 가기 직전인 아이디어들을 건들여 볼래. 아, 그런데 졸전을 위한 노동이 끝나야 할 수 있겠구나. 시발

어 그런데 나는 일상을 수행하는 능력이 없다. 어제 죈종일 셋업을 돕다가 미칠 것 같은 순간이 두 번이 찾아왔다. 그 순간을 모면하려고 비상약을 꺼내 먹고 멍하게 극장을 돌아다녔는데, 억지로 참다 보니 현실감이 안 느껴져서 손등이 까여도 아프지가 않았다. 약빨로 버탄 후 집에 돌아와서는 다섯 살 애가 된 것처럼 화를 내고 울었다. 유치원 가기 싫다고 엉엉 우는 애처럼 학교 가기 싫다고 울었다. 몇 초간 소리를 지른 후에는 약을 먹고 가만히 누웠다. 일어났을 때엔 12시간이 지나 있었다.

귀에서 쇳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견디기 힘들다. 셋업 현장에 가야 하는데 갈 수 있을까.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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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ASIK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