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연민 따위에 빠지지 않으려고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이 자기연민이라는 건 녹말용액을 닮은 늪과도 같아서 나오려는 몸짓을 할 수록 더 완벽하게 잠기게 돼요. 이렇게 자기연민에 빠지는 건 나에게 더 안 좋은 영향만 끼치는 걸, 하고 생각하니깐 안 좋은 영향이 더 도드라지게 새겨지고, 그러다 보니 더 깊이 빠지고. 차라리 자기연민 따위 나에게 별 영향을 끼치지 않는 사소한 거야, 무가치한 행위인 걸, 같은 생각으로 떨쳐내는 게 좋겠다 싶다가도 '따위'라는 표현을 씀으로 인해서 가치판단이 이미 들어가버렸으니 무가치한 행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또 머리는 아파져요. 결국엔 오늘만. 오늘만 자기연민에 빠질래요. 내일은 자기연민을 말끔히 도려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