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윤에게.
네가 언제 이 글을 읽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난 번 방명록에 대한 답장을 쓰고 싶었어. 나는 학교 생활이 여전히 힘들어. 출석을 하고 과제를 하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평범한 일상이 너무나도 어려워. 그래서 수시로 수업을 빠지고 다른 세계로, 시시껄렁한 웃음의 세계나 잠의 세계, 술의 세계로 빠지려 하고 있어. 최근에는 우울증 집단 치료를 시작했는데 그 치료도 딱히 먹히지는 않아. 그저 나와 같은 트라우마들을 가진 사람들을 거울 보듯 보면서 연대감을 느끼는 식으로만 도움을 받고 있어. 2학기에는 또 휴학을 하고 싶다. 지옥 같은 졸전 어시에 참여하기가 싫어. 언젠간 우리 과의 졸전 시스템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도 올라오는데, 과 생활조차 제대로 해 내지 못하는 나의 말을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다른 어떤 것들보다 제일 먼저 올라와서 무서워. 글은 여전히 잘 써 지지 않아. 과제로 쓰는 단편소설도 막혀버려. 그래도 어떻게든 써 내야겠지. 내 조잡한 글들을 읽고도 응원해 주는 너 덕분에 조금이나마 힘이 생겨.
요즘엔 연애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하는데, 그때마다 네 생각이 나. 지구별에 앉아, 연애라는 것을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했던 네 말. 나는 사실 연애 감정을 하찮은 감정이라고 종종 생각했었어. 그런데 사랑이라는 게 한 사람을 완성시켜주는 중요한 요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요즘 들어서 자주 올라와. 나는 언제 완성될까 하는 생각도. 늘 연애의 시작이 어렵고, 연애의 지속이 어려운 나에게 또 무거운 짐이 하나 추가된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그걸 잡아 보고는 싶어. 언젠간 너에게 내 애인에 대한 이야기를 조용히, 맛난 음식을 혀에 놓고 씹어내듯이 들려주고 싶어.
종강을 하면 나도 너처럼 일을 시작하겠지. 살기 위해 죽어간다는 생각을 하면서. 얼마 남지 않았어. 그때 만나서 많은 이야기들을 조근조근 뱉어내자. 그리고 동시에 지독하고도 예쁜 단어들을 우리 앞에 쌓아 놓자.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