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2주 만에 운동을 했다. 죽을 뻔했다. 안 그래도 더운 날씨에 운동까지 하니깐 땀이 동그란 모양으로 떨어졌다. 스쿼트 할 때에는 구령 붙이듯이 욕을 했다. 하나, 시발, 둘, 아시발, 셋, 으아시발, 넷, 으어어시발. 운동은 꾸준히 하면 하루하루 건강해지는 게 느껴져서 신나는데, 쉬다가 하면 쉰 기간만큼 몰아서 힘들다. 결국 스쿼트는 40개도 못 채웠다. 38개 끝낸 순간 화장실로 뛰어가서 수도꼭지를 오른쪽으로 돌렸다.
찬물 샤워를 한 후에도 계속 어지러웠다. 숨도 막히고 짜증도 났다. 도서관으로 피난 갈 생각으로 옷을 찾는데 빨래를 미룬 탓에 티셔츠가 없었다. 결국 낮에 입었던 7부 티셔츠에 섬유 탈취제를 미친 듯이 뿌려 입었다. 나와서 걷는데 계속 어지럽고 목이 말랐다. 편의점에 들어가서 2+1에 파는 게토레이를 집었다. 사자마자 뜯어서 30초 만에 다 마셨다.
도서관 건물 앞에 도착해서 지갑을 열었다. 학생증이 없었다. 문 앞에서 찍고 들어가야 하는 건데. 다시 집으로 돌아갈 힘은 절대 없고. 미간을 거의 호두 수준으로 찌푸리고 서 있었다. 다행히도 1분 정도를 기다리니 문을 열고 나오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 덕에 겨우 들어와서 앉았다.
자유열람실에는 늘 사람이 적다. 동시에 빈자리도 적다. 사람이 아닌 짐이 지키고 있는 자리가 많다. 출입문에 ‘도서관의 사석화를 방지합시다.’라고 써 붙여놔도 효과가 없다. 거의 보름 동안 자기 자리처럼 쓰는 사람도 두 명이나 봤다. 한 명은 건축과로 보이는데 그 사람이 쓰는 책상 위에는 일주일 넘게 똑같은 제도지가 놓여있다. 종이의 위치와 책의 위치는 변함이 없다. 도면도 변함이 없다. 도면 속 공간의 외벽은 해칭이 반 정도 된 채로 멈춰있다. 며칠 전, 옆 자리에 앉았을 때에는 외벽을 대신 채워주고 싶은 충동이 들기도 했다. 다른 한 명은 미술이론과로 보이는데 선반에 이론서를 열 권 정도 쌓아두고 있다. 몇 달은 그 자리에서 살아온 듯하다. 얼굴을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다만 책상 위에 놓여있는 책이 종종 바뀌는 걸로 봐서 건축과 학생 같은 단순 민폐쟁이는 아닌 것 같다.
어찌됐든,(자주 오든, 아니든 간에) 짐만 놓고 증발하는 사람들은 싫다. 그 짐들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구석 자리에 못 앉는 날이 많다. 생각해보니 구석 자리 잡아놓은 사람들 중에 제대로 앉아있는 사람을 본 적이 별로 없다. 역시 구석 좋아하는 사람 치고 부지런한 사람은 별로 없나보다. 왠지 구석자리 좋아하는 사람 중 절반은 나처럼 게으른 히키코모리일 것 같다.
운동을 한지 두 시간 정도가 지났는데 아직도 머리가 아프다. (피서 겸)지난주부터 벼르고 있던 글을 쓸 생각으로 온 건데 계속해서 전혀 다른 뻘글만 쓰고 있다. 어지럽다. 스탠드를 못 켤 정도로 어지럽다. 피쉬맨즈의 베이비 블루를 또 틀어도 여전히 어지럽다. 여전한 어지러움에 물속에 빠진 것 같은 기분만 추가됐다. 그냥 에어컨 바람만 왕창 쐬다가 집에 가야겠다.